손가락 하나로 물건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시대에 소리 소문 없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 있다. 바로 양평 북한강변에서 열리는 ‘문호리 리버마켓’이 그곳이다. 소문을 듣고 찾아간 날은 비가 오락가락해서 제법 쌀쌀했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흔한 시골장터나 벼룩시장이려니 생각했는데 문호리 리버마켓은 초입부터 기대 이상의 그 무엇을 선사했다.



개성과 재치 넘치는 가게 이름, 간판 보는 재미도 쏠쏠
전직 공연기획자와 마을 농부가 뜻을 모아 2014년 4월 천막부스도 없이 재미로 시작했다는 ‘문호리 리버마켓’은 지금은 150여명의 셀러들이 참가하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등 큰 규모의 장터로 발전했다. 우선 각 판매부스마다 걸려있는 개성만점의 상호와 손으로 쓴 간판, 메뉴판이 눈길을 끈다.
Bobi Brown(밥이 브라운 : 현미 누룽지 판매), 어서오슈(슈크림 빵), SO(牛) 푸드 트럭(컵 스테이크덮밥), 착햄(수제햄), 토종벌의 꿈(토종꿀), 삐뚜루 공방(가죽공예 체험), 아이엠 카이트(연 만들기 체험), 니얼굴(캐리커처 그리기) 등 재치 있는 간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물품은 직접 재배했거나 손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들이다. 먹거리도 대부분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현장에서 즉석으로 조리해 제공한다.



진정한 경쟁력은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과 차별화된 서비스
부스마다 오너와 가족, 지인들이 함께 판매하고 서빙 하므로 분위기가 밝고 활기차다. 전문  판매사원이 아니어서 다소 어설픈 점도 있긴 하지만 대신 배려와 따뜻함이 배어있어 손님들의 기분을 한층 업 시킨다. 고객들의 어떠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하고, 사지 않고 뒤돌아서도 웃는 얼굴로 인사한다. 그러니 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데 두려움 따위를 느낄 필요가 없다.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에서는 시식 제품도 넉넉하게 내놓는다. 베이커리 카페인 ‘카페 블랑’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 손에 시식용 유기농 쿠키를 듬뿍 쥐어준다. 한 바퀴 둘러본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안쪽에 위치한 ‘숲속 카페’로 갔다. 한 푸드 트럭 앞에서 소시지와 콩을 곁들인 프랑스 요리 까솔레(Cassoulet, 8,000원)를 주문했다. 부부가 조리하고 두 딸이 서빙 하는 모습이 마치 한 장의 가족사진을 보는 것 같다.



인간미 넘치는 훈훈함, 지나친 상업화로 정체성 잃지 않기를!
특히 인상적인 것은 모든 셀러가 사진촬영에 매우 관대하다는 점이다. 디자인 도용을 우려할 법도 한데 그런 내색 없이 인터뷰에도 흔쾌히 응해주었다. 이는 자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몇 년째 리버마켓에 참여하고 있다는 ‘하미토미 설(雪)’의 김영민 대표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상업적 관계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훈훈한 인간관계를 지향한다”며 “또 셀러들끼리 소중한 정보도 나누고 서로 격려하는 등 우리 모두의 힐링 장소”라고 말했다.
‘문호리 리버마켓’은 지극히 사람을 중시하는 아나로그적인 접근방법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점은 문호리 리버마켓의 인기가 확산됨에 따라 셀러가 늘어나고 장소 또한 여주, 충주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장소를 다양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칫 지나친 상업화로 정체성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문호리 리버마켓’ 이용 Tip
●개장일/ 개장 시간
- 매달 첫째 주(문호리 병아리마켓), 셋째 주(문호리 리버마켓)토 : 오전 10시~오후 8시, 일 : 오전 10시~오후 7시
- 매달 둘째 주 주말 : 여주 도자공원 및 강변공원(신륵사 관광지 인근)
 - 매달 넷째 주 주말 : 충주 목계나루
●교통편
- 대중교통 이용 시 :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문호리 리버마켓’ 부근 현대수상스키까지 셔틀버스 운행(오전 10시~오후 3시)
- 자가용 이용 시 : 강변에 마련된 주차장 무료 이용 가능
●지불방법
- 간혹 카드를 받는 곳도 있으나 현금이 편리함
- 카드 사용 시 임시 운영본부에 해당하는 부스에서 이용 금액 결제 후 공용 화폐에 해당하는 ‘문호리 카드’를 받아 현금처럼 사용 가능
●참가문의  010-5267-2768, cafe.naver.com/theseojong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북한강로 941(문호리 655-2)

Mini Interview

따사로운 정원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스러우며 실용적이기까지 한 다용도 생활도자기가 진열돼 있다. 양평 근교의 공방에 거주하면서 도자기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는 K 대표는 “12년 전 도자기 공예를 처음 접했는데 그 후 도자기의 매력에 빠져 여기까지 왔다”며 단독 매장 없이 이곳에서만 제품을 판매한다고 전했다. 개성 넘치는 커피 잔과 머그컵, 접시, 수저받침, 연필꽂이, 다기 세트 등을 만날 수 있다.

하미토미 설(雪)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류를 만드는 곳이다. 이곳의 모든 장류는 직접 기른 제철 재료와 유기농 식자재, 거기에 가마솥과 장작불을 사용해 제조한다. 유기농 콩으로 직접 장을 담고 된장과 간장이 함께 만들어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숙성되는 기간 동안 장을 관리, 보관해준다. 3년간 햇볕이 잘 들도록 숙성시킨 후에는 포장과 배송까지 전담하며 가족항아리 만들기, 두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이벤트도 진행한다.

카페 블랑
이곳에서는 유기농 빵과 쿠키,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빵과 쿠키는 밀가루, 자연버터, 유기농 설탕, 유정란, 국내산 천일염,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매일 반죽, 발효, 숙성시켜 구워낸다. 이곳의 이종인 대표는 “베이킹파우더나 마아가린, 유화제 등은 사용하지 않으며 커피 역시 특정 농장 내 특정 지역에서 수확한 최고의 커피만을 취급하므로 차별화된 고품격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